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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강술래 선물두개] 인권재단 사람의 추석 선물 배달 현장
    • 작성일
    • 2017.10.11
  • '인권 아이돌' 박래군, 추석 산타 되다
    인권재단 사람의 추석 선물 배달 현장



    글:신지수 | 사진:이희훈 | 편집:최유진 | 출처:오마이뉴스 10만인리포트



    여기, 인권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편에 서서 "당신은 존엄한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이들 덕분에, 인권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작 그들의 삶은 험난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암과 투병하고, 구치소에서 노역을 하기도 합니다. '인권재단 사람'과 <오마이뉴스>는 인권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시에 연재되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인권활동가들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 기자 말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반올림 농성장을 방문해 추석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 반올림 농성장을 방문해 추석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강남구 반올림 농성장을 방문해 추석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추석 선물의 도착지는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11 삼성전자 서초사옥, 아니 사옥 근처 길바닥이었다.


    "작년에도 여기로 왔는데, 이번 해에도..."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시간이 야속해서다. 1년이 흘렀지만 이들을 보려면 여전히 길바닥으로 와야 한다.


    그 때 삼성전자 사옥에서 여고생 한 무리가 우르르 나왔다. 박래군 소장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쟤들 볼 때마다 유미가 생각 나"라고 말했다. 여고를 졸업하자 마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를 떠올린 것이다.


    전성호 반올림 활동가도 "반도체 공장으로 가기 전 사옥 견학을 하고 가죠. 유미도 그랬고 지금도..."라고 말을 흐렸다. 이곳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러있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병들고 있는 어린 여성 노동자들을 형상화한 '반도체 소녀상' 앞에 사과, 배즙, 우리밀 박스가 쌓였다. 그제야 추석 분위기가 풍겼다.


    박 소장은 "내년에는 사무실에서 보자"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전성호 활동가는 "어휴 내년이라니요. 올해 크리스마스 안에는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어요"라며 두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지난 9월 26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이 운전대를 잡았다. 옆 자리에는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정욜씨가 탔다. 기자도 따라 나섰다.


    "얼마나 열악하면 선물을 떼어다 팔까"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들에게 전달 할 선물을 운반하고 있다. ⓒ 이희훈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을 방문해 추석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때 건네는 덕담이다. 추석이 주는 '풍요', '넉넉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권 활동가들에게 추석은 '보통날'일 뿐이다.


    주5일 근무하는 인권활동가의 평균 월급은 2015년 기준 107만 원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추석 상여금은커녕 선물도 기대하기 힘든 단체들이 대다수다. 빈손으로 고향집에 가는 활동가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권재단 사람이 나섰다. 지난 2015년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선물 구입비로 1000만 원 정도를 모금해, 그 돈으로 활동가에게 줄 추석 선물을 사는 것이다.


    선물도 아무곳에서나 사지 않는다.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해 활동비를 마련하는 비정규직지회, 인권단체 등에서 구입한다. 올해는 '강강술래 선물 두 개'라는 이름으로 대구인권운동연대에서 식료품 세트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에서 찹쌀 유과를, 백남기농민기념사업에서 우리밀을 샀다.


    "단체들 중에는 후원자를 모으기 쉽지 않아 명절 때 선물을 팔아 활동비를 마련하는 곳이 꽤 돼요. 원가 따지면 단체가 손에 쥐는 돈도 얼마 되지 않을 텐데, 그마저도 소중한 거죠. 다른 활동가들은 '얼마나 열악하면 선물들을 떼어다 팔까'라고 생각하며 사고 싶어 하는데 경제 사정상 쉽지 않아요. 재단이 그 선물들을 사서 전달하니까 선물을 파는 활동가도, 받는 활동가도 모두 좋아하죠."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정욜


    취지가 좋아서인지 동참하는 후원자도 꽤 있다. 한 후원자는 '인권 활동가에게 항상 고맙다'며 10kg짜리 사과 50박스를 보냈다. 귀한 연산 오골계 달걀을 보낸 이도 있다. 자신이 받은 선물을 그대로 보내거나 빵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 사람도 있다.


    박 소장은 "작년보다 후원은 적었는데, 후원자들 선물 덕에 (활동가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게 됐다"며 "많이 주면 더 좋지"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추석 배달은 주차 전쟁이다"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은평구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을 방문해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들에게 전달 할 선물을 운반하고 있다. ⓒ 이희훈


    구매만큼이나 배달에도 정성을 다한다. 우편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활동가들이 찾아가 전달하려고 한다. 선물을 전할 겸 단체와 활동가들의 안부도 살필 수 있어서다.


    이날 배달지는 총 5곳이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욜씨는 "추석 배달은 주차 전쟁이에요"라고 운을 뗐다.


    욜씨의 말을 이해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달지는 도로 한복판에 있는 농성장 아니면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주차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주차장이 있어도 사무실과 멀어, 무거운 선물들을 안고 걸어야했다. 


    실제로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박래군 소장이 사과박스를 품에 안고 4층 계단을 올랐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이 모여 사는 '아랫마을'도 비슷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주택 앞에 섰다. 더 이상 자동차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주차 딱지를 무릅쓰고 최대한 가까운 곳에 주차를 했다. 그래도 3명이 선물을 옮기려면 최소 4번은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다행히 활동가 5명이 마중을 나와, 한 번으로 끝낼 수 있었다.


    두 명이서 동시에 지나갈 수 없는 골목을 사과박스를 든 채 걸으며 욜씨는 말했다.


    "배달 도와주시는 분들이 오시면 하나같이 딱 한 말씀만 하세요. 왜 이렇게 주차하기 어렵냐고. 단체들이 돈이 별로 없으니까 산꼭대기 아니면 골목 구석에 있어서 그렇죠."


    박래군 소장, 인권계의 아이돌·추석 산타되다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에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선 배즙을 함께 나눠 마시고 있다, ⓒ 이희훈



    ▲ 2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활동가가 추석 선물로 전달 받은 달걀을 들고 즐거워 하고 있다. ⓒ 이희훈


    "요즘은 굴뚝이 막혀서 산타가 문으로 들어온다는데, 래군형이 그렇네."


    이날 박래군 소장과 정욜씨는 '추석 산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단체가 가장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전달해줘서다. 추석에 사무실에서 차례를 지내거나 밥을 해먹는 단체들에게는 기본으로 주는 선물세트에 달걀이나 햄, 생선 등을 더 줬다.


    반응은 뜨거웠다. 아랫마을 활동가는 "추석 때 홈리스 분들과 차례를 지내는데 이걸로 전 부치면 되겠어요"라고 말하며 달걀 두 알을 흔들었다. 


    배즙, 우리밀, 사과 등 선물이 다양했지만 치약·칫솔 세트가 특히 인기 폭발이었다. 농성용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아랫마을 활동가들은 "치약, 칫솔을 단품으로 사서 홈리스분들한테 나눠주다 보니 번거로웠는데 세트가 들어오다니"라며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도 "이번 추석 때 고속터미널에서 농성하는데, 칫솔 나눠주면 인기 짱이죠"라고 외쳤다.


    그런 활동가들을 보며 박래군 소장은 "농성 좀 그만해"라며 놀렸다. "그럼 사무실이 왜 필요해"라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애정 섞인 불평이었다. 후배들 앞에서는 입을 삐죽거리다가도 차로 돌아오면 자식 자랑하듯 그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모든 이야기가 후배 자랑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박 소장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후배 활동가들은 그를 버선발로 반겼다. "박래군이다!!!"라고 박수치며 환호했다. '인권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떠오를 정도였다. 


    기자가 "이 정도 인기면 '할배돌(할아버지 아이돌)'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박 소장은 부끄러운 듯 웃었다. 하지만 인기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내년 목표는 300명에게 4만원어치 선물"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동작구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 사무실을 방문해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8일 서울 서초구 반올림 농성장을 방문해 추석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은평구 난민인권센터 사무실을 방문해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은평구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을 방문해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227명. 올해 인권재단 사람이 선물을 건넨 활동가 숫자다. 57개 단체 활동가들이 선물을 들고 고향집을 찾을 수 있다. 정작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은 남은 선물을 가져간다. 욕심이 생길만도 한데, 박래군 소장은 "안 남고 다 주면 좋지"라고 말했다. 


    "내년 추석에는 인권 활동가 300명에게 4만원어치 선물을 나눠주고 싶어요. 모금도 늘었으면 좋겠는데, 자기 정체성을 인권 활동가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욜씨의 바람이다. 박래군 소장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두 '추석 산타'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