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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래군의 사람살이]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는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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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는 2018

     

    _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새해를 맞으면서 의례적으로 새해가 밝았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는 합니다. 상투적인 말이기는 해도 그만큼 새해는 이전의 해와는 달랐으면, 좋은 일만 있는 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마련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새해는 밝을 수 있을까요? 짙은 어둠을 가르고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저 해가 어제의 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아도 벅찬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묵은해가 어느 날 갑자기 희망의 새해가 될 리 없음에도 사람들은 늘 이런 식의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인간은 어떤 조건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어야 살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지옥 같은 현실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일수록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더욱 간절하게 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혐오와 차별이 거셌던 2017

    막 도착한 책자 하나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제목이 정권은 바뀌어도 인권은 그대로입니다. 인권단체들이 모여서 한 해의 이슈와 사건들을 정리해 매년 연말 책자로 발행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2017년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기뻤던 일은 박근혜가 탄핵되어서 감옥에 갇힌 것입니다. 그가 구속되는 날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37주년 기념식장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희망에 찬 약속들이 새 정부로부터 나왔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인권단체들은 2017년을 돌아보면서 혐오와 차별이 거세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지금 당장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라는 너무도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서 나중에를 외치고,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자 여성혐오의 물결로 뒤덮고, 심지어는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의 신상 털기를 해대는 세상을 보았습니다. 개헌 과정에서 나온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들은 이 모든 혐오를 무기로 활개를 쳤습니다. 심지어는 개헌할 때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자는 주장에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무슬림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지금이 중세 시대도 아닌데 정교 분리의 원칙마저 모르는 무식한 발언에 정치권이 춤추는 모습까지 보았습니다. 급기야 국가인권위법의 차별금지사유 중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개념 없는 국회의원들이 인권에 대한 무지함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2018년은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는 해가 될 수 있을까요? 소수자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새 정부가 들어서서 이전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답답한 마음입니다. 408일을 굴뚝에서 농성하다 내려왔던 스타케미칼(현 파인텍) 해고노동자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회사로 인해 다시 굴뚝에 올라가 한겨울을 몸뚱이 하나로 견디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노동의 서열화와 위계에 깊이 물든 정규직 노동자들에 의해서 막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2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는 영혼마저 잠식해 들어갔고, 연대의 의식을 옅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인권은 각자의 인권침해 상황에서만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타락한 언어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해 걱정입니다.

    이런 모든 상황의 밑바탕에는 부가 소수에게만 집중되는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 5명은 보고서를 통해서 부의 집중현상을 그대로 두면 파국이 온다고 경고합니다. 이들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10위 이내의 불평등 국가입니다. 보다 평등한 경제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인권운동도 본격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희망으로 가는 새해

    2018년은 파국으로 가는 해가 아니라 희망으로 가는 새해이면 좋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책자 <프로젝트 그날들> 표지에는 정권은 바뀌어도 인권은 그대로와 짝을 이루어서 지금, 여기, 인권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인권은 나중으로 미룰 수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 인권을 실현하라는 외침과 노력이 현실에서 끊임없이 진행될 때 인권의 날은 앞 당겨질 것입니다.

    지난 정권 10년 동안 너무도 화를 참아야만 해서였을까요? 2017년에는 주변에서 아픈 이들의 소식이 많았고, 그중에 몇몇은 젊디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우리 재단에서도 2011년부터 재단의 기틀을 만드는 데 기여한 최현모 사무처장이 유전에 의한 병이 확인되어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단의 사정보다는 어려운 사정을 겪는 인권단체들을 먼저 고려하고 어떻게든 그들을 지원하려고 고심해왔던 활동가 한 명이 활동을 접어야 하는 고통스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2018년 새해에는 아픈 사람이 없기를, 아파서 죽어가는 이들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불평등이 없는, 모두가 존중받고 존중하는 인권의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해를 같이 만들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Good bye, 2017!

    Good luck,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