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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 [박래군의 사람살이] 평화로 가는 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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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로 가는 길 앞에서
    박래군(인권중심사람 소장)


    통일을 염원하던 한 청년을 생각합니다. 한 청년은 1988년 5월 15일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옥상에 올라가서는 유서를 뿌리고 할복해 투신했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에 조국통일운동이 활발해졌지요. 조성만이었습니다. 통일을 염원하던 다른 청년도 6월 4일 숭실대에서 분신했고, 이틀 뒤에 운명했습니다. 제 동생 박래전입니다. 조국통일운동에 한 몸을 바치셨던 문익환 목사님도 생각나네요. 오늘 아침 조국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염원하며 죽어간 이들의 이름들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남북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마주 앉는 역사적 순간입니다. 비핵화만이 아니라 휴전협정을 종전협정, 평화협정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합니다. 그리고 이 회담이 5말6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올해 7월 27일 한국전쟁 휴전협정일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하게 되겠지요. 합의가 계속 진전되어서 되돌릴 수 없는 평화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으면 합니다.

    평화로 가는 길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지요. 남북 정상회담 예정일을 앞두고 강행된 성주 사드 배치 공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금의 평화 무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남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십 명의 주민과 시민을 4천 명의 경찰이 에워싸고 폭력으로 끌어내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한편에는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고 사드 배치 비용도 분담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휴전선의 철조망을 걷자고 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MD 체계 편입을 강요하고 무기를 더 사라고 압박하는 깡패 국가 미국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부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무조건 깔아뭉개려는 분단세력들이 여전히 강력한 실체로 존재합니다.

    한반도 정세가 좋아지고, 남북이 가까워진다고 절로 평화가 오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평화주의자가 되어야 하고, 평화를 원하는 세력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해야만 합니다. 세계에서 살생무기가 가장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한반도에서 군축회담으로까지 발전하고, 실제로 군축이 단행된다면 어떨까요? 상상만으로도 좋지만 남북이 군축까지 가려면 많은 산을 넘어야겠죠. 총을 꺾고 대신 남과 북이 손을 잡는 감격의 날을 그려 봅니다.
     

    국민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만약 우리나라에 병역거부의 권리가 보장되었다면 어땠을까도 생각합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광주학살은 대한민국의 군인이 광기를 번득이며 광주시민들을 잔인하게 죽였던 사건입니다. 아직도 그 진상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고, 학살의 주범들은 이후에 대통령까지 되었었고, 아직도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요. 만약 그 현장에 출동했던 군인들이 자국의 국민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총을 꺾고 거부했다면 저 끔찍한 학살만행은 조금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아니 3만 명을 학살했던 제주 4.3과 백만의 민간인을 학살했던 한국전쟁 때에 병역거부의 권리가 보장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도 생각합니다. 지나가버린 역사에 대한 가상은 허용되지 않지만 저는 병역거부의 중요성을 여기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병역거부권은 군 입대 자체의 거부로도, 군 입대 후에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로도 행사할 수 수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은 2001년 이전에는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 전개되었고 이들은 징역 3년 형을 받았지요. 2001년 이후 종교적 이유만이 아니라 평화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이 벌어지자 대체로 징역 1년 6개월 형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징역 3년을 살고 다시 군에 징집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로 했었는데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1심에서는 무죄, 2심과 3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2013년에는 한국이 599명, 싱가포르 18명, 투르크메니스탄 8명, 에리트레아 3명 등이었습니다. 2015년 2월 시점에는 ‘여호와의 증인’ 628명, ‘비종교적인 이유’ 8명이었습니다. 덴마크, 러시아, 대만을 비롯해서 세계 60개국 가까이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형사처벌로 엄중하게 다루고 있는 거지요. 이런 상황들 역시, 남북이 긴장에서 화해로 전환하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양심적 병역거부는 보편적 권리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유엔이 적극 권장하는 자유권입니다. 유엔 인권위원회(현 인권이사회)는 1998년 제77호 결의안을 통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했고, 세계 각국이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던 사람들에게 사면·복권 등을 제공하고 그러한 조치가 법률과 관행에 있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전후 평화건설 과정에 있는 국가들에게 권장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세계적인 인권의 추세에 부응하는 전환이 세계사적인 남북대화, 북미대화의 시기에 추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자는 평화운동-인권운동을 적극 지지합니다. 

    올 5월은 평화로 가는 길에 초석을 놓는 달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평화의 기운이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은 각박하여도 오래지 않아 닥쳐올 평화의 그날을 그리며 하루하루 평화의 나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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