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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래군의 사람살이] 미리 추석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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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 추석 인사 드립니다.


     박래군(인권중심사람 소장)


     

    태풍 솔릭이 한반도 남단을 강타할 때 우리 재단 활동가들은 전남 해남 대흥사 입구의 한 펜션에서 인권활동가들의 쉼 프로젝트 <일단, 쉬고2>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늦게 합류한 제가 나주역에 내릴 때는 마침 태풍이 목포에 상륙했던 때였습니다. 태풍의 오른쪽에 있어서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하더니 나주역에서 해남 펜션까지 가는 길에 정말 대단한 태풍과 맞서야 했습니다. 그날 밤 매우 더디게 움직이던 솔릭은 다음날 충청도를 지나 동해로 빠져나갔습니다.


    일지암에 올라


    태풍 솔릭이 북상한 다음날 대흥사 일지암에 올랐습니다. 급커브 경사길을 아슬아슬하게 운전해서 일지암 숲속 도서관 앞에 섰을 때 겹겹의 산 능선 사이로 보이던 바다, 제가 일지암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막힌 가슴을 확 뚫어주는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지암에서 재단 이사이신 법인 스님이 끓여주는 차를 마시면서 덕담을 나누고, 초의선사께서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과 격의 없이 우정을 나누었다는 초막에도 앉아 보았습니다. 이번 달 소식지 표지에 실은 것처럼 멋진 사진도 찍었습니다.


    활동에 지친 열여덟 명의 활동가들이 쉬면서 재충전을 할 수 있게 재단 활동가들이 마음을 써서 뒷바라지를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참가했던 활동가들의 마음이 좀 더 편해지고 에너지도 듬뿍 담아왔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날 저녁의 활기찬 만찬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재벌 갑질에 맞서는 용기


    그 길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항공사 재벌 갑질 격파 시민문화제’에 참석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대 항공사들입니다. 대한항공은 회장 가족들의 막말과 욕설 갑질이 문제가 되었고, 나중에는 밀수와 탈세 혐의를 받으면서 열한 번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섯 번의 구속영장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재벌의 힘이 얼마나 센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회장이 오는 날, 여직원들이 회장맞이 행사에 동원되어 낯 뜨겁게 ‘회장님 사랑합니다!’와 같은 발언을 강요당해야 했습니다.


    이날 항공사의 노조원들은 무대 위에 올라서 가면을 벗어 던졌습니다. 갑질 회사의 노조탄압이 두렵기도 했겠지만, 이제 시민들의 응원 속에서 용기 있게 노예의 삶을 벗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들은 가면을 벗고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돈 가진 재벌들의 갑질은 끝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대웅제약의 젊은 회장이 직원들에게 막말, 욕설을 해대는 음성파일이 공개돼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인권으로 만들려는 세상은 평등한 세상입니다. 서로의 인격이 존중되고, 인간 존엄이 실현되는 세상입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대한문 앞 분향소도, 청와대 앞 전교조의 단식농성도, 목동 열병합발전소 70미터 굴뚝 위 파인텍 노동자들의 농성도, 전주 택시노동자들의 고공농성도 인권으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들의 몸부림에 세상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은 아직은 멀기만 합니다.

     


    함께하는 추석선물 나눔


    이번 여름은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의 나날들이었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어떻게 견디셨나요? 실로 인간 신체의 한계점에 도전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 뜨거웠던 여름에 갑자기 시작한 난민 인권 특별모금이 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휴가철에 진행한 긴급모금인데도 난민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뜻을 모아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다시 추석선물 나눔 캠페인을 벌입니다. 추석에 집에 가는 활동가들이 빈손으로 가지 않게, 조금은 기쁘게 가게 하자는 호소에 매년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셨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몇 만원의 선물일지 모르지만 활동가들에게는 자존심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반올림 농성장에 전달하지 않고 사무실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재단이 선물을 대신 나누어주는 것이지만 활동가들이 환한 얼굴로 선물을 받아들고, 그 선물을 집에 들고 갈 수 있어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할 때 참 행복합니다. 올해는 이 행복한 일을 재단 후원인들과 같이 하려고 합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포장도 같이 하고, 배달도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중에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추석 선물을 배달하면서 인권단체들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일이 너무 좋습니다. 평소에는 가볼 수 없는 단체 사무실, 작고 불편하고 환경도 안 좋은 곳에서 적은 수의 활동가들이 우리 사회의 인권을 바꾸어 왔고, 앞으로 바꾸려 노력한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했습니다. 그런 느낌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올해 추석 선물 나눔 캠페인에도 함께 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이런 믿음은 중요합니다. 우리 재단의 기부자님들은 꾸준하십니다. 이런 꾸준한 믿음이 있어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우리 재단이 존립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추석 인사를 미리 드립니다. 올 추석에는 잠시라도 근심 걱정 내려놓고,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는 날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더도 덜도 말고 보름달처럼, 환한 마음 갖고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 이제 서늘한 바람 부는 가을입니다. 환절기에 건강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