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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래군의 사람살이] 이 가을, 평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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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을, 평화가 온다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추석을 앞두고 평양에서 전해져 온 벅찬 소식에 지금도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습니다.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두 지도자와, 평양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연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찬 장면입니다. 더욱이 올해 안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에 오고, 지상, 해상, 공중에서 군사적 적대를 해소하기 위한 합의(사실상의 종전선언)가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에 전쟁 없는 평화체제가 정착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보름달을 보며, 올해 안에 북미 간의 대화가 잘 진전되어 남북미중 등이 함께 하는 종전선언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분단체제에 기생해서 분단을 정치에 악용해온 세력의 급속한 약화와 역사 무대에서의 퇴출을 의미합니다. 걸핏하면 빨갱이니 종북이니 하면서 정치적 탄압을 일삼던 기득권 세력들이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다는 것은 헌법 위의 법인 국가보안법 체제의 종식을 의미할 것입니다. 군비가 축소되고 국방예산이 줄어들면 사회복지 예산이 더욱 확충될 수 있고, 그러면 지금의 답답한 경제 문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리라는 기대도 가질 수 있겠지요. 이런 평화의 흐름이야말로 불가역적이어야 합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정착되어야 합니다.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방한할 날이 기다려집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방한하면 좋겠습니다. 


    고맙다는 인사 귀 아프게 듣고

    추석 한 주 전, 재단 사무실은 분주했습니다. 사무실에 가득 쌓였던 추석 선물들을 인권단체들에 보내고, 서울 단체들에는 직접 배달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네 번째 진행한 ‘강강술래 선물 두 개’ 인권활동가 추석 선물 나눔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작년보다 많은 후원금이 모였고 후원 물품들도 속속 도착했습니다. 

    재단은 선물을 받고자 하는 인권단체의 신청도 받는 한편, 열악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각 단체에서 벌이는 추석맞이 특별판매 이벤트를 찾아서 구매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후원금으로 인권단체들이 판매하는 물품들을 구매해서 그 단체들의 재정사업을 돕고, 그걸 다시 인권활동가들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입니다. 한 가지 이벤트로 두 가지 이득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선물을 들고 좁은 사무실들을 찾아갈 때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습니다. 마치 평양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할 때만큼이나 환영을 받습니다. 그들은 귀가 아프게 “우리까지 챙겨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가장 뜨겁게 환영해주는 곳은 아마도 장애인단체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기쁜 표정을 숨김없이 표현합니다. 빈곤단체들이 모여 있는 아랫마을에는 다른 단체들보다 좀 더 많은 선물을 전달합니다. 그곳에서는 집에 가지 못하는 노숙인들과 함께 추석 차례 상도 차리고 추석 날 음식 나눔을 하기 때문입니다. 
    크지 않은 선물을 받아들고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눔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고마움의 인사는 제가 들을 게 아니라 후원금과 물품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해야 하는데 제가 대신 듣고 왔습니다.
     

    다시 걱정스러운 현실로

    이런 좋은 일들이 추석 전에 많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에서는 확고하게 자기 방향을 갖고 힘 있게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문제들 앞에서는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와 노동 영역에서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은산분리’ 원칙을 폐기하고 재벌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를 합의했을 뿐 아니라 삼성의 숙원사업이던 의료영리화를 위한 규제개혁, 개인정보를 기업이 무제한 활용하도록 하는 등의 규제개혁까지 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에 노동 분야의 개혁은 더디기만 합니다. 비록 정부의 노력에 의해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전교조를 불법화한 이전 정권의 조치를 되돌리지 않는 이유는 도통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 분야에서는 유독 개혁이 더디고, 의지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유엔이 권고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대해서는 아예 말도 꺼내지 못할 분위기입니다. 


    불어라, 평등의 바람

    마침 10월 29일은 촛불항쟁 2주년입니다. 이를 앞두고 시민사회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평등행진’에 나설 계획입니다. 인권 분야와 노동 분야에서는 평양선언과 같은 획기적인 개혁의 바람이 왜 불지 않을까요? 문재인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서 미루어지고 있거나 후퇴하고 있는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의 흐름을 제대로 돌려놓아야 할 때입니다. 

    10월, 남북 정상들이 발표한 대로라면 북한의 문화예술인들이 남으로 넘어와 남북이 함께 하는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평화체제를 앞당기고 있는 것처럼, 이제 이 분위기가 우리 사회 내 ‘평등의 바람’으로 옮겨 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