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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 [박래군의 사람살이] 70년 전의 약속을 환기하는 후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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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 전의 약속을 환기하는 후원의 밤
    _박래군(인권중심사람 소장)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면 기온은 뚝 떨어지고 계절은 초겨울로 바뀌겠지요. 한 해를 갈무리하기 위한 마음들이 바빠질 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매년 가을이면 올해도 단풍 구경은 틀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봄과 가을이 가장 바쁜 철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은 국회에서 입법의 성과를 내려고 힘을 집중합니다. 그러다가 한겨울을 국회 앞에서 나기도 합니다. 인권활동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도 세계인권선언 70년을 맞아서 어떻게든 차별금지법이 국회 안에서 논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계획을 짜는 활동가들을 만납니다. 

    인권선언의 힘

    세계인권선언은 전문과 30개조로 이루어진 짧은 문서입니다. 선언이기 때문에 강제력은 없지만 매우 위력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범위도 아주 넓습니다. 선언에서 천명한 인권의 원칙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권위를 70년의 역사 속에서 획득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그러니까 ‘현대의 인권’을 말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문(門)과도 같습니다. 이 문을 통과해서 이후의 다양한 국제인권규약들이 만들어졌고,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인권레짐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느 나라도 인권의 국제 체제로부터 동떨어져서는 존립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70년 전의 선언이기 때문에 낡았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는 겁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최대의 참화 뒤에 나온 선언은 “언론의 자유와 신념의 자유를 누리고 공포와 궁핍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약속했습니다. 이 대목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벅찹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만들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다 바쳐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 선언이 탄생되는 과정에서부터 인권의 무시와 경멸이 불러온 대참극의 교훈을 잊고서 냉전체제가 짜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는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여수와 순천 그리고 제주도에서 대학살이 자행되었고, 한국전쟁으로 동족 간의 학살도 빚어졌습니다. 이런 학살과 전쟁의 틀은 한반도에서 인권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망가진 세월

    국제사회가 인권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은 배제되었습니다. 극단적인 반공국가였던 한국은 1990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비로소 유엔의 인권체제에 편입되기 시작했지만 분단체제로 인해서 유엔의 인권규약들을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해가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에 약속을 해놓고는 국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인권의 가치를 외면해 왔던 것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의 약속들이 비단 한국에서만 지켜지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인종청소와 같은 대학살이 끊이지 않았고, 시장의 이윤 앞에서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들은 뒷전으로 떠밀려 버렸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보는 불평등과 차별, 혐오는 지구에 사는 인류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9년, 민주공화국 자체가 망가져버린 세월이었지요. 인권도 같이 망가졌습니다. 이전까지 인권운동이 쌓아올린 성과들은 가뭇없이 허물어졌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전 촛불항쟁으로 정권을 바꾸어냈습니다. 정권이 바뀐 뒤에 ‘인권’ 부문에 진전이 있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 파괴된 인권생태계의 회복은 무척 더디기만 합니다. 재앙 수준의 불평등과 이로부터 기인하는 혐오와 차별의 범람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구속과 연행의 걱정은 많이 줄었지만, 불평등과 차별‧혐오의 구조를 깨는 일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기

    그런 가운데 인권재단사람이 오는 11월 15일 후원의 밤을 개최합니다. 이전에 해왔던 후원행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단지 세계인권선언 70년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인권의 현실을 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절실해서입니다. 

    인권재단사람이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함으로서 “인권의 가치가 구석구석 스며드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5년입니다. 매년 15개 이상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해왔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운동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너무 고맙고, 힘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재단을 믿고 함께 해주셨던 덕분입니다. 

    이제 지켜지지 않았던 세계인권선언의 약속을 향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요? 혐오와 차별이 판치는 세상을 향해 존중과 평등의 가치를 앞세우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외칠 수는 없을까요? 먹고 사는 문제로 죽음조차 받아들여야 하는 ‘조용한 죽음의 체제’를 바꾸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후원 행사를 준비합니다. 

    지금까지 재단과 동행해오신 여러분의 손을 더욱 꼭 잡고, 아직 동행하지 못하는 이들도 불러 모아서 함께 길을 내고 싶습니다. 여러 사람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가면 우리의 꿈은 더 가까워질 것이라 믿으니까요. 그날 여러분 앞에서 재단의 꿈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겨울이 다가옵니다. 많이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 세계인권선언70주년 기념 인권재단사람 후원의 밤 
    11월 15일(목) 저녁 6시부터, 
    서울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 (동작구 여의대방로54길 18) 
    후원계좌 100-020-833848(재단법인 인권재단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