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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 주황윤아 (후원회원)
    • 작성일
    • 2018-03-07
    • 조회수
    • 696
  • [인터뷰]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_ 주황윤아 (후원회원)



     


    3.8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노동자의 턱없이 낮은 임금과 노동 조건에 맞서 싸운 저항의 역사가 담긴 날입니다. 그러나 2018년 한국사회의 여성차별과 혐오는 여전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페미니스트이자 현직 교사로 일하고 계신 후원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선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경기도의 평범한 중등교사이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에서 부여성위원장을 맡아 허둥지둥 일하고 있어요. 실제보다 제가 과대포장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젠더 감수성이 낮았던 과거와 여전히 부족한 현재의 에 대해서 검열하고 고민한 끝에 지면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은 다른 사람들이 명명하는 것보다 스스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매순간 더 노력하고 실천하게 되는 자극이자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활동을 기반으로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 내용들을 마련해가고 있는 중이에요. 제가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주변과 일상에 조금씩 알려 나가고 있는 정도랄까요. 그런데 작년에 여학생 화장실에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테마의 계몽(?)포스트잇이 연속적으로 붙으면서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교내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민주주의나 인권교육을 하면서 다른 약자를 존중하는 평등교육은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반면에 성차별이 만연한 현실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데다 성평등에 대한 교육 내용도 전무한 편입니다. 저는 인류의 역사에서 최장기간 차별을 받고 있는 약자이자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체이며 더불어 동반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실질적 평등 없이는 그 어떤 인권과 민주주의도 실현될 수 없다고 봅니다.

    어른들에 비해 성별 고정관념이 없거나 덜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조차 성평등에 대한 배움과 실천을 제대로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차별과 혐오의 역사는 존속되거나 심화될 뿐이겠지요. 작년에 새 교과서와 학교 성교육표준안 분석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도 성차별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학교에서 교과서를 선정하는 기준에 성평등 관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작년 9월에 페미니즘 교사의 비방을 중단하는 기자회견을 열어서 저희 재단도 연명했었는데요. 그 과정과 현재의 상황도 궁금합니다.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신 교사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어요. 용기를 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페미니스트 교사뿐만 아니라 그 어떤 교사도 소신있게 교육활동을 실현하지 못할 거예요. 결국 교육이 통제받던 시절처럼 모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작년에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수상하신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선생님들이 결국 수상 기념사진도 공개할 수 없었던 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 속에서도 페미니즘 교육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오히려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고, 저는 인권재단 사람이 해당 명단에 없는 것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아서, 연명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교육부에 성평등 전담 부서의 신설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현행 학교 성교육표준안 폐지 등을 우선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해서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고, 요즘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는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페미니즘 운동과 교육이 실현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동료들과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일단 교사들은 늘 바쁜데다 제가 문제제기를 좀 하는 교사다보니 친한 동료가 줄어들고 있습니다.(웃음) 어려움이라기보다 부작용 같은 게 생기는데, 제가 민주시민, 학생인권,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려다보니 제 발언을 자체검열이 끝난 후에야 말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결과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너무 줄어드는데다 칭찬보다는 지적질이 많아져 점점 재미없는 꼰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외모 얘기만 안 해도 수다거리가 많이 줄어든답니다.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비민주, 반인권, 성차별적 의식과 언어가 만연되어 있다는 반증이지요.

     

    재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십여 년 전부터 인권과 관련된 연수를 꾸준히 쫓아다니고 인권 단체나 활동가들을 존경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인연이 닿은 것 같아요. , 박래군 소장님은 가부장적 권위가 1도 느껴지지 않아 늘 경이롭습니다.

     

    한올모임(인권재단사람 후원회원 모임)에 자주 참여하시는 이유는?

    일단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행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의리라고나 할까요? ‘열심히 준비하셨을 텐데 사람들 별로 안 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늘 있습니다.(웃음)

     

    인권재단 사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 어떤 단체보다도 투박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다만 활동가 분들이 업무에 지쳐 보일 때도 있어서 안쓰러울 때가 있습니다. 재단 내부의 활동가 한 사람을 먼저 챙기고 존중하는 단체가 될 때만이 큰 꿈을 향해 오래도록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