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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용서는 기억하는 것 - 고은지 활동가(난민인권센터)
    • 작성일
    • 2018-08-06
    • 조회수
    • 2030
  • [人터뷰]

    용서는 기억하는 것
    _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예멘 난민이슈가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오해가 또 다른 소수자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난민 인권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국적은 한국이었지만 한국으로 오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남아시아 지역에 살며 주류 사회의 탄압에 맞서는 소수민족들과 티벳 난민 이슈를 접하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2년 한국에도 난민 인권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귀국해 지금의 난민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곳을 숨겨야 했어요.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배제되고 경계 밖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죠. 차별을 경험한 이후 해결하지 못한 분노가 있었어요. 그런데 티베트 난민을 만나고, 제가 싸워야 대상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중국에 대해 얘기했어요. ‘용서는 잊어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일을 분명히 기억하는 것이다. 다만 무엇과 싸워야 되는지 분명히 아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를 해쳤던 가해자가 아니라, 차별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특정한 정체성과 상황에 따라 차별과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연대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난민 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전문성에 대한 고민을 거쳐야 했습니다.

    “한동안은 ‘난민 운동을 하는 변호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나는 과연 전문성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여전히 변호사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말문이 막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권’은 모든 사람의 이슈입니다. 우리사회의 ‘몫 없는 이’들이 이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싸울 수 있어야합니다. 인권 이슈는 제도와 맞닿아 있지만, 소수의 전문가만이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고착되어서는 안 됩니다. 활동가는 ‘인권’이라는 넓은 운동장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이라는 경계를 누가, 왜 만들려고 하는지 보고 이를 자꾸 허물어뜨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문제 해결에 있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가’여서 좋습니다.”

    그는 현재 난민인권센터에서 난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을 제언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에게서 예멘 난민들의 입국 후 최근까지의 상황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멘 난민문제가 불거진 후 본격적으로 난민 심사가 진행되었고, 곧 1차 심사 결과가 하나씩 나올 것 같습니다. 난민 인정률이 워낙 낮아 결과에 따라 제주시민사회범도민위원회와 난민네트워크가 이의신청과정에서 개입 할 예정입니다. 또 취업은 했지만 숙식이 제공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지원도 지역에서 진행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난민에게 가해지는 혐오 피해 사례가 보고되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대응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난민 혐오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정부’입니다. 한국은 국내 거주하는 난민을 유령 또는 범죄자 취급해 왔습니다. 1992년 OECD에 가입하기 위해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제도를 시행했지만 지난해 인정률은 1.5%에 불과합니다. 전세계 평균 난민인정률 약 30%에 한참 못 미치는 비율입니다. 난민 권리 상담을 3천 건 넘게 해오며 각종 인권 침해 사례를 접했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난민을 ‘남용적 신청자’로 낙인찍고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난민을 포함한 국내 이주정책은 ‘관리’와 ‘통제’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또다시 드러내고 있어요. 지방정부도 자신의 역할을 방관해왔습니다. 2015년에 난민의 권리보장은 지방정부의 몫이 아니라는 이유로 김포시에서 난민조례가 통과되지 못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역의 역할도 더욱 커져야 된다고 봐요. 한편으로는 반대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북 익산과 광주전남, 부울경, 대구경북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역차원에서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가장 필요한 활동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혐오 중단 운동의 확장입니다. 한국 사회에 거주하는 난민뿐만 아니라 국내 소수자의 차별 경험들을 드러내고, 이러한 차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조치가 시급합니다.” 

    그는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를 시작하며 인권재단사람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작년에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를 시작하면서 재단의 역할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활동가 쉼프로젝트였던 ‘일단 쉬고’사업을 통해 지리산에서 뵈었죠. 쉬면서 타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쉼의 기회를 제공받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재단에 고마웠습니다. 비빌 언덕이 생겨 든든했어요. 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많지 않아 외로웠는데, 다른 진영의 인권 활동가들을 만나고 고민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힘이 되었습니다.”

    그는 난민 지위를 가졌다는 이유로 ‘단절’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난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속에서 다양성의 목소리가 숨쉬는 공간을 꿈꾸는 고은지 활동가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난민인권센터 홈페이지 www.nancen.org 대표전화 02-712-0620
    후원계좌 국민은행 233001-04-225091 (난민인권센터) 

      
      
첨부파일 고은지 사진.jpg